"인간은 몇 년이고 혼자 일할 수 있고, 사실 그것이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세상에 보여야 할 필요를 느끼는 순간은 늘 오게 마련이다. 세상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작품의 존재, 나아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기 위해서이다." 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 149쪽
이런 문장을 감당할 수 있으려면 우엘벡 정도는 되어야 한다. 우엘벡 정도 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이고, 바랄 수 있고 감당할 수도 있는 삶이다. <지도와 영토>의 제드처럼, 우엘벡처럼. 이런 유형의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세계를 재현한다기보다 그들 스스로 다른 세계를 살아버린다. 그 자체가 창조이고 목적이므로, 최종적인 작품 그 자체는 결과, 부산물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 작품들만으로 채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그보다 소소하고 시시한, 구체적이고 작은 도약들이 필요하다.
내가 하려는 작업은 다르다. 이 구분을 분명히 해야한다. 내 작업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그 속에서 가치있다. 내 작업은 한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데 있다. 사람들 속에서 어지럽게 섞이면서 그 혼란을 관통하며 일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한다.
우엘벡 식의 고립, 고요한 몰입을 바라지 말고 흉내내지 말고, 사람들과 섞여 일하면서 시간을, 집중력을, 에너지를 쪼개 쓰는 방법을 익히고, 그러는 가운데 일정한 수준의 결과를 꾸준하게 내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런 걸 잘 했을때 우쭐해야 하고,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겨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관계를 통해 나아가야 한다.